덕유산 겨울 산행

지난해 한라산 겨울산행을 한 이후로 겨울 산행에 푹 빠져버렸다.
올 겨울에는 어디로 다녀올까를 고심한 끝에 경치, 난이도, 비용 모두를 고려해서 이번에는 덕유산으로 코스를 정했다.
이번 여행에도 지난번 한라산에 같이 올라가준 친구녀석과 같이 가게 되었다.

둘다 공돌이 엔지니어 출신이라 체력은 저질 - 그나마 내가 좀 낫다 - 해서 등산 시간은 5시간 코스를 잡았다.
일단 계획은 다음의 코스를 기본으로 몇가지 옵션을 두고 그때 그때 날씨와 체력 상황을 보고 결정하기로 했다.

[기본코스] 삼공리 매표소 ->백련사 -> 향적봉-> 설천봉 -> 곤도라 탑승후 무주리조트로 하산

[옵션1] 백련사 -> 오수자 동굴 -> 중봉 -> 향적봉
[옵션2] 향적봉 -> 중봉 -> 향적봉
[옵션3] 설천봉 -> 곤도라 코스를 빼고 걸어서 삼공리로 다시 하산
[옵션4] 리조트로 하산하여 리조트 노천탕에서 피로회복 (수영복 지참 필요)

지난번 한라산 산행때 친구가 아이젠이 없어서 하산한때 무척 힘들었었는데, 이번에는 사전 조사를 해서 필수 품목인
아이젠과 스틱을 구매했다. 아이젠은 체인 아이젠으로 구매해서, 난생 처음 써보왔는데 '우왕 굿!' 이였다. 빙벽등반까지
할수있을것 같은 그 그립감이라니... 게다가 스틱. 이거 아주 유용했다. 평소에 등산하면서 스틱쓰는 사람들 보면서
저게 뭔 필요가 있을까 했는데, 막상 써보니 무릅의 부하를 줄여주고 (이제 30살도 꺽이기 시작했는데 슬슬 보호해 줘야지..)
미끄러운데서도 아주 유용하게 써먹었다.

대부분 권장하기론 스틱은 두개를 쓰는게 확실히 좋다고 했지만, 이번엔 총 두개를 가져가서 친구랑 하나씩 나눠서 썼는데 뭐 하나로도 충분했다.

[준비물] 등산화, 아이젠, 스틱, 썬그라스/고글, 보온병, 초코바, 귤, 카메라


덕유산 겨울산행은 93년도 겨울에 대학 동기들끼리 왔었는데 그때는 무지막지한 눈때문에 백련사까지밖에 가지 못했었다. (게다가 아이젠도 없었다.)

1월 2일 저녁에 친구집인 수원에서 7시 반쯤 출발했는데, 대략 3시간 조금 넘어서 목적지인 구천동에 도착했다.
숙소는 달랑 남자 둘이라 펜션같이 분위기 좋고 비싼데는 필요가 없어서, 최대한 싼데를 골라서 - 성수기라 조금 괜찮은덴 10만원 넘어가는듯 - 단돈 4만원에 허름한 온돌방을 하나 구해서 쉬었다. 혹시나 싶어서 가져간 노트북을 켜 봤는데 당연하게도 무선랜은 검색되지 않았다.

1월 3일 아침, 밤에 잠을 설친 탓인지 목표 기상시간인 8시 30분을 훨씬 넘겨 9시 50분에 기상했다. 오우 ㅤㅅㅞㅅ!

허겁지겁 일어나서 짐을 챙기고 아침 식사를 했다. 매표소 바로 아래에 있는 식당가 어느 집에서 했는데, 시장해서 밥 두공기를 먹었지 기타 맛은 비추였음.

11시쯤에 삼공리 매표소를 출발했다.



- 백련사에서 향적봉까지의 코스가 "C등급: 경험자코스" 이다.
같이간 친구의 말로는 '내몸이 내몸이 아닌것 같은 증상' 을 느끼게 되는 정도라고 하니,
무리하지 말고 중간중간 많이 쉬면서 올라갈것을 권장한다. -

역시나 백련사까지의 길은 '그냥 조금 길고 가끔 오르막이 있는 산책 코스' 정도 였다. 물론 일부 코스에선 아이젠이 있으면 좋을것 같았는데 스틱 하나만으로도 충분했다.


백련사에서 첫번째 옵션인 오수자굴로 갈까 생각을 했었는데, 가는 사람도 아무도 없는데다가 길도 왠지 가서는 안될 길일것 같아서 - 아마 이날 최고의 선택이였을듯! - 그냥 사람들 가는데로 바로 향적봉으로 가는 코스를 밟았다.


백련사에 도착해서 절을 벋어나면서 부터는 본격적인 겨울 산행이 시작되었다. 아이젠과 스틱이 필수인 코스가 한시간 반정도 이어지는데 급속한 에너지 고갈 및 수분 부족으로 가져갔던 쵸코바, 귤, 보온병의 따뜻한 물을 무자비하게 먹어치우면서 계속 올라갔다.

다행이 날씨가 따뜻해서 추위와의 싸움은 없었으나, 이것이 아쉽게도 본래 등산의 목표인 눈꽃을 모조리 녹여버리는 바람에 눈꽃의 감흥은 즐기지 못했다.




- 정상 가까이에서의 친구녀석. 유체이탈의 경험을 하고 있다. ^^ -





- 정상의 대피소. 여기서 숙박을 하고 덕유산에서 아침 일출을 감상할수도 있다고 한다. -





- 눈꽃을 보고 싶었지만 앙상한 가지만이 남아있다. 흑.. -




- 정상에서, 전혀 힘들지 않았다는 듯이 -




- 친구녀석, 이제 정신이 돌아와 K2라도 등반한듯 포즈를 취하고 있다. 음하하. ㅋㅋ -


정상인 향적봉에서 중봉까지의 코스가 원래의 겨울 산행 목적이였던 눈꽃 관광코스였지만, 아래 사진으로 보듯이 정상근처에서 나무에 쌓였던 눈은 다 녹아 없어지고 없었다. 등반 시간이 계획보다 좀 늦은데다 친구의 체력을 감안하여 - 물론 내 체력도 감안해서 - 그냥 바로 곤도라를 타고 하산하는 코스로 설천봉으로 향했다.




- 중봉 가는길. 눈꽃 돌리도~~ -

설천봉까지 가는 길은 곤도라를 타고 온 일반 관광객들로 엄청난 인파를 이루었다. 친구녀석은 자기는 고생해서 올라왔는데 다름사람들이 편하게 곤도라를 타고 올라온게 분했던지, 가끔씩 굽높은 부츠를 신고온 아가씨들을 마주칠때마다 꼭 한소리씩 했다.
"야. 저거봐라. 저거. 부츠신고 여기왔다. 저 사람 제정신일까?"

'친구야, 걱정마라 정상에서의 보람은 이렇게 고생해야지 느끼는것 아니겠냐? ㅋㅋ'

설천봉에 도착하니 정말 엄청 긴 줄이 하행 곤도라를 타기위해 이루어져 있었다. 대략 30분간을 기다려서야 겨우 곤도라를 타고 내려왔다.




- 이 줄이 다 곤도라를 타기 위한 줄 -


리조트에 도착해서 다시 삼공리 매표소까지는 리조트 내의 무료 셔틀을 이용했다. 버스 정류장에서 타면 되는데 안내 표지판이 없어서 조금 찾기 힘들었다가, 등산객들이 줄을 이루어 서있는 곳을 보고 탑승장을 찾을수 있었다.
(리조트 단지내 셔틀 타는곳 바로 왼쪽에서 탄다)


산을 오르는 중에는 추위를 전혀 느낄수 없었는데 정상에서는 바람으로 인해 확실히 좀 추웠다. 기회가 된다면 눈꽃을 보러 한번 더 오고 싶은데, 아마 눈꽃을 볼수 있는 날씨라면 무지 춥지 않을까 싶다.
그때는 그냥 곤도라를 타고 올지 아님 등산을 하게 될지 아직은 잘 모르겠다. 지금은 피로회복이 우선이다. 아이고 삭신이야... ^^;


by 철이^^v | 2009/01/04 15:02 | 여행과 사진 | 트랙백 | 덧글(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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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블로그 운영자 at 2009/01/07 1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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